2026.03.24AI 개발 패턴
Claude CodeBabylon.js게임개발디버깅에디터맵제작AI역할전환

AI가 만들어주는 건 '답'이 아니라 '도구'였다 — 타일 에디터 제작기

자동 생성의 한계, 그리고 방향 전환

3D 던전 크롤러 게임을 만들고 있었습니다. Bad North 스타일의 실시간 전술 배틀에 로그라이크 요소를 얹은 게임. Babylon.js 7.36 기반에 코드만 96,000줄이 넘어가는 프로젝트였죠.

처음 목표는 단순했습니다. AI에게 맵을 자동 생성시키자. 높이값도 알아서 배치하고, 입구도 알아서 뚫고, 밸런스도 알아서 맞추는 그런 꿈같은 시스템.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생성된 맵은 플레이할 수 없는 것들 투성이였고, 높이 배치는 엉망이었고, 경로 탐색은 매번 막혔습니다.

몇 번이고 프롬프트를 고쳐보고, 생성 알고리즘을 바꿔보고, 제약 조건을 추가해봤지만 매번 같은 결론에 도달했습니다. 맵 디자인은 사람의 직관이 필요한 영역이었습니다.

그래서 방향을 틀었습니다. AI에게 맵을 만들어달라고 하는 대신, 맵을 만들 수 있는 도구를 만들어달라고 했습니다.

타일 에디터의 탄생

Claude Code에게 프로젝트 상태 점검부터 시작했습니다. 기존 코드베이스가 어떤 상태인지 파악하는 것이 먼저였죠.

Claude: 프로젝트 구현 상태를 점검하겠습니다.

  • TypeScript 컴파일: 에러 없음
  • 총 코드량: ~96,636줄

96,000줄. 이미 상당히 큰 프로젝트였습니다. CLAUDE.md를 업데이트하면서 현재 상태를 정리했더니 게임 설명부터 바뀌어야 했습니다.

Claude: "3D 던전 크롤러" → "Bad North 스타일 실시간 전술 배틀 + 로그라이크"로 변경

맵 에디터는 별도 HTML 엔트리포인트로 만들었습니다. 피스 선택, 회전, 이동, 높이 조절 — 레벨 디자이너가 필요로 하는 핵심 기능들을 하나씩 넣어갔습니다.

code
- 게임: http://localhost:5173/game3d.html
- 맵 에디터: http://localhost:5173/mapeditor.html
- 액션 에디터: http://localhost:5173/actioneditor.html

에디터가 돌아가기 시작하자 직접 맵을 만들 수 있게 됐습니다. 하지만 진짜 전쟁은 그 다음이었습니다. 직접 만든 맵 위에서 게임을 돌리니, 온갖 버그가 쏟아져 나왔습니다.

디버그 로그 시스템의 진화

이 과정에서 브라우저 콘솔 로그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결국 메모리 버퍼 기반 로그 시스템을 만들어서 window.downloadLog()로 로그 파일을 다운로드할 수 있게 했습니다.

code
[TileMap] Blocked  — 높이 차이로 이동 불가
[AI]               — 몬스터 AI 이동 요청
[Move] OK/FAIL     — 이동 성공/실패
[Move] REROUTE     — 대안 경로 탐색
[Combat] HIT/MISS  — 공격 판정
[Anim]             — 애니메이션 재생

이 로그 시스템이 없었다면 높이 + 점유 + AI의 복합 버그를 잡는 데 몇 배는 더 걸렸을 겁니다.

교훈: AI의 역할은 '해결사'가 아니라 '도구 제작자'

이번 경험에서 가장 큰 깨달음은 AI에게 기대하는 역할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처음에는 AI가 맵을 자동으로 만들어주길 바랐습니다. "이 정도 기술이면 맵 하나쯤은 뚝딱이지 않을까?" 하지만 맵 디자인에는 플레이어 경험에 대한 직관, 난이도 곡선에 대한 감각, 시각적 재미에 대한 판단이 필요했습니다. 이건 아직 AI가 잘 못하는 영역입니다.

대신 AI는 이런 것들을 잘했습니다:

  • 에디터 UI 구현 — 피스 선택, 회전, 높이 조절 인터페이스
  • 버그 원인 추적 — 96,000줄 코드에서 문제의 근본 원인을 찾아내는 것
  • 시스템 간 상호작용 분석 — 이동 + 전투 + 애니메이션 + AI가 엮인 복합 버그 해결
  • 디버그 인프라 구축 — 로그 시스템, 디버그 도구 제작

AI가 모든 걸 해결해주는 게 아니라, 사람이 더 잘 만들 수 있도록 도구를 만들어주는 것. 이 관점의 전환이 프로젝트의 돌파구였습니다.

맵 자동 생성에 매달렸다면 아직도 삽질하고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에디터를 만들고 나니, 30분 만에 플레이 가능한 맵을 직접 만들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맵 위에서 터지는 버그들은 AI와 함께 하나씩 잡아나갈 수 있었고요.

AI 시대의 개발은 "AI가 다 해줘"가 아니라 **"AI가 만든 도구로 내가 만든다"**에 가깝습니다. 적어도 지금은요.